경기 하남에 위치한 이탈리아 가정식 식당의 주인장 겸 조리사 전준한(나이는 46세)씨는 고객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한답니다. "저는 요리하는 성악가랍니다."라고 말입니다. 두꺼운 소리를 내는 베이스인데, 노래를 부르고 요리도 한답니다.
고상해 보이는 두 직업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지만, 시작은 현실적이었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에 성악에 매료돼었으며 몇 번의 도전 끝에 연세대 성악과(학력 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서른 살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 성악 늦깎이였답니다.
이내 숨겨졌던 재능이 빛을 발했답니다. 국제 콩쿠르에서 14번이나 입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던 것입니다. 귀국 후에는 국립오페라단 등에서 주역을 맡았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성악가로 먹고살기가 만만치 않았답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현실에서 이탈리아 유학 시절 곧잘 요리를 했던 것을 떠올렸던 것입니다. 식당을 차리기로 마음먹은 이유인데, '예술을 위한 삶'을 살다가 '삶을 위해서 선택한 예술'이 가능해진 것이랍니다.
이런 이유 덕분에 '전준한의 오페라 식당'이라는 책도 펴낼 수 있게 됐답니다. '맛있는 오페라, 진정한 이탈리아 요리'라는 부제를 단 책은 오페라와 이탈리아 요리를 접목해 이야기를 풀어낸답니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와 짭짤한 안초비 피자와 아울러서, 베냐미노 질리의 '물망초'와 토마토소스 파스타, 가곡 '명태'와 로마 중국집의 동태매운탕이 연결되는 식이랍니다. 자신 인생의 성악가에게 바치는 요리라며 소프라노 조수미를 위한 나폴리식 고등어찜도 꺼내 놓습니다.